어린아이들이 처음 기르는 반려동물은 종종 물고기(fish)다. 물고기는 수명이 비교적 짧고, 개나 고양이에 비해 책임감이 덜 요구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물고기를 통해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치는 첫 단계로 삼기도 한다. 아이들은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어항을 청소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물고기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의사 진료실 대기실에 어항(aquarium)이 자주 놓여 있는 이유를 떠올려 보자. 어항을 유지·관리하는 일은 병원 직원들에게 추가적인 업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관들이 대기실, 치료실, 커뮤니티 공간에 어항을 두는 이유는, 불안을 줄이고 생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Sussman, 1985, p.199). 이러한 이유로 어항 유지·관리는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로 여겨진다. 동물이 있는 환경에서 사람의 불안이 감소하고, 생리적 긴장이 완화되는 효과는 흔히 관찰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 중 하나는 동물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 연구에서는 평균 연령 12세의 남녀 아동 26명을 대상으로, 개가 있는 환경에서 혈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개가 함께 있는 동안 아이들의 혈압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이 개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개가 같은 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개의 존재가 아이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불안을 줄이고, 그로 인해 혈압이 안정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Friedmann et al., 1983). 물고기나 개가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내담자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동물은 훨씬 더 강력한 효과를 가질 것이다. 특히, 신체적 접촉은 건강상의 이점을 더욱 강화하는 요소이다 (Upton, 2005). 사람들은 동물이 있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짓고, 손을 내밀어 동물과 접촉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동물과 교감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신체적 접촉은 불안을 줄이고 생리적 긴장을 완화하며,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ussman, 1985, p.199). 실제로, 개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혈압이 낮아질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통증 완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Davis, 2002; Shoshana Shiloh, Sorek, & Terkel, 2003). 반려견과의 일상적인 상호작용 외에도,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는 풍부하게 이루어져 있다. 반려견 소유자들은 산책이나 신체 활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Cutt et al., 2008). 95~99%의 반려견 소유자들이 반려견과의 교감(쓰다듬기, 털 손질, 산책, 대화, 놀이 등)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Upton, 2005). Raina와 Fellow(1998)의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 소유 여부가 의료 서비스 이용 빈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입원 기간이 반려동물 소유자(평균 8.0일)가 비 소유자(평균 13.0일)보다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반려동물이 스트레스 극복에 도움을 주어, 의료 시스템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더 오래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Mugford & M’Comisky, 1975). 그러나 모든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거나 키우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동물 매개 활동(AAA)과 동물 매개 치료(AAT)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다. 의료계에서도 인간과 동물 간의 접촉이 유발하는 생리적 반응에 주목하여, 치료견이 신체 및 작업 치료(physical & occupational therapy) 과정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Macauley(2006)는 AAT가 언어 치료(speech & language treatment)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6개의 연구를 인용하며, 치료견이 포함된 세션에서 환자들의 동기 부여가 더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치료견에게 말을 걸도록 유도했을 때, 환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말하고 자발적인 발성이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환자들은 치료견이 있는 동안 긴장이 덜했다고 응답했다. Mullett(2008)의 연구에서는, 치료견 피타(Pita)가 특정 단어("소(cow)"와 "다람쥐(squirrel)")를 듣고 짖도록 훈련되었고, 이 덕분에 환자들이 해당 단어를 더 정확하게 발음하려는 동기가 생겼다. Mullett는 치료견이 적절한 재미, 유머, 그리고 주의 분산(distraction)을 제공하여 환자들이 더 오래, 그리고 더 열심히 치료에 집중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동물 매개 치료의 건강 효과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지만, 일부 사례들은 과학적으로 측정하거나 반복적으로 재현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전문가들조차 다른 설명이 불가능한 건강 개선 사례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Pichot, 2009b). AAA/T 분야의 다양한 문헌과 현장에서 치료견과 직접 일하는 전문가들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사례들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치료견이 코마(Coma) 상태의 환자를 깨운 사례 (Crawford & Pomerinke, 2003, pp. 11-12), 말기 질환 환자들의 예상치 못한 건강 개선 사례 (Crawford & Pomerinke, 2003, pp. 20-21)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Animal-Assisted Brief Therapy 인용- |